티스토리 뷰

목차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시티 오브 갓은 단순한 범죄 액션이 아니라, 도시 빈곤과 폭력,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풀어낸 명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치밀한 내러티브 구조와 현실적인 연출로, 관객들에게 단순한 극적 재미 이상의 충격과 깊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이번 리뷰에서는 시티 오브 갓이 가진 내러티브 전략, 각 인물의 삶이 교차하는 구조, 그리고 영화적 기법을 통해 드러난 메시지를 심도 있게 해석한다.

    1. 내러티브 구조: 비선형과 시점 전환의 미학

    시티 오브 갓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단순히 한 인물의 성장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는 주인공 부스카페의 1인칭 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내내 시점이 다양한 인물로 옮겨 다니며 시간도 전후로 자유롭게 오간다. 영화의 시작은 ‘닭 한 마리’가 총을 들고 쫓기는 장면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곧이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 장면이 왜 중요한지 차근차근 해체해간다. 이러한 비선형적 구조는 각 인물의 운명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전체적인 비극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면서,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사건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영화에서 부스카페는 내레이터로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듯 사건을 설명한다. 관객은 부스카페의 시선을 통해 빈민가의 풍경과 인물들의 감정선, 그리고 도시에 깔린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리틀 제나 베네, 너클헤드와 같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별도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며, 각 인물이 선택한 삶의 경로와 그 결과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지 세밀하게 그린다. 이처럼 에피소드 중심의 내러티브는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인간 군상을 훨씬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2. 구조적 특징: 다층적 시간과 병렬적 이야기

    시티 오브 갓은 절대 시간에 따라 흐르지 않는다. 영화 속 많은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거나, 한 사건을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초반의 닭 추격 장면이 영화 마지막에서 또다시 나타나고, 처음에는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였던 사건들이 마지막에 가서야 그 실체와 의미가 드러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집중력으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영화는 챕터 형식으로 나뉘어, 각 챕터마다 한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리틀 제가 어떻게 폭력의 상징이 되었는지, 베네가 왜 범죄의 세계에서 벗어나려 했는지, 그리고 주인공 부스카페가 사진가로서 삶의 전환점을 맞는 과정 등 각각의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모두가 하나의 흐름으로 모인다. 이 소설적 구조는 실제 원작이 가진 복합적 장르성과 현실적인 시각을 영화적으로 완벽히 옮겨낸 예라 할 수 있다.

    3. 전개 방식: 영화적 기법과 서사 전략의 결합

    시티 오브 갓의 전개 방식은 극도로 빠른 편집, 핸드헬드 카메라, 현실적인 조명과 공간 미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거친 핸드헬드 촬영은 브라질 빈민가의 혼란과 긴박함,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폭력을 생생하게 체감하게 해준다. 빠른 컷과 점프 컷, 순간적인 시점 이동, 다큐멘터리적 음향 효과,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카메라의 움직임까지, 모든 장치가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동원된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은 범죄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과 선택에 있다. 리틀 제의 폭력성은 그저 ‘악’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네는 범죄조직의 일원임에도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갈등하며, 부스카페는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사진이라는 도구로 삶을 바꾸려는 희망을 품는다. 영화는 이처럼 각 인물의 감정선과 내면의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관객이 빈민가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놓인 다양한 인간 군상을 깊이 이해하도록 만든다.

    또한, 영화는 과거 회상, 인터뷰 스타일, 포토 에세이 장면 등 다양한 연출기법을 도입해 극의 리듬을 조절한다. 등장인물이 직접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실제 인물의 사진이 삽입되는 등 현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은 극적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이는 단순한 극영화를 넘어서, 관객에게 ‘현실을 목격했다’는 감각을 남긴다.

    4. 메시지와 현실: 영화가 드러내는 사회의 민낯

    시티 오브 갓은 단순한 범죄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선택’과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영화는 빈곤, 폭력, 부패, 교육의 부재, 계급적 단절 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며, ‘범죄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의 결과’임을 시사한다. 부스카페가 사진을 통해 세상을 기록하는 장면은, 영화 자체가 브라질 사회의 현실을 기록하려는 시도임을 암시한다.

    특히 영화는 어떠한 도덕적 해답이나 희망적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부스카페는 빈민가에서 벗어났지만, 새로운 폭력과 악순환은 다시 시작된다. 영화는 사회구조의 잔인함과 한계, 그리고 그 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서글픈 초상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결론: 내러티브와 현실의 완벽한 결합, 영화사의 명작

    시티 오브 갓은 독창적인 내러티브 구조와 현실적인 연출,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교차서사를 통해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선 사회적 기록이자 인간 드라마로 남았다. 관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깊은 여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복잡한 구조, 다양한 시점, 생생한 연출,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파고드는 집요함까지.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브라질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관객에게 뜨거운 논쟁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시청하지 않았다면, 그 메시지와 미학을 반드시 경험해보기 바란다.